책에서유레카

[책 리뷰]크리스티안 미쿤다의 ‘제3의 공간’을 읽고

한식홀릭 2013. 1. 21. 16:33

<3자의 입장>

- 크리스티안 미쿤다의 3의공간을 읽고

11주차

콜롬부스 6기 이은혜


홍대 거리에 목욕탕이 하나 있다. 남탕과 여탕으로 가는두 개의 문이 있는데, 나는 평소에 들어갈 수 없는 남탕의 문으로 들어가 보았다. 들어가면 수건을 매고 있는 직원이 목욕탕 팔찌를 채워 준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으면 목욕탕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벽에 붙어 있는 목욕탕 거울 옆에는 샤워기가 붙어있고, 식탁도 벽도 모두 목욕탕 타일로 목욕탕 느낌을 물씬 풍긴다. 한구석에는 마사지를 받고 있는 여자 마네킹이 누워있기까지 한다. 직원이 수건에 쓰여진 이 집의 규칙을보라고 식탁에 펼쳐준다. 그리고 메뉴판에는 실제 목욕탕에서 주문할 수 있는 바나나우유, 박카스 사이다까지 있다. 주문을 하고 나면, 주문한 메뉴는 쟁반이 아닌 목욕탕 바구니에 담아서 나온다. 이는잊지 못할 만큼 강력한 체험이었다. 이러한 체험을 했던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그 때의 경험이 떠올라 신나지 않은 적이없었다. 이렇게 체험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광고, 홍보의결과를 낳고, 강력한 인상을 준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면서경험을 통해 인식하고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백 번 듣는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라고 했다. 초등학생들이 교실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 보다 체험학습을 중요시하듯이, 아무리 광고를 하는 것보다는 샘플을 제공해서 제품의 체험을 유도하는 것이 마케팅에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우리가 상품을 선택할 때 상품의 질은 크게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샘플 제공은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다 비슷비슷한 상품에 포장과브랜드네임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포장에 현혹되기도 하고, 브랜드네임을보고, 브랜드의 가치를 구매한다. 이제는 디자인을 신경 쓰지않는 제품이 없으며, 브랜드네임이 없는 제품도 없다. 어쩌면이렇게 획일화된 시장에서 디자인도, 브랜드의 가치도 크게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원한다.

레스토랑을 선택하는 기준은 맛과 분위기와 같은 요인들에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레스토랑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졌다. 새로운 체험을 하기위해 가는 레스토랑들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직원에 도움을 받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앉아서 식사를 해 보는 레스토랑도 있다.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기준을 깨버릴 만큼 우리는 다비슷비슷한 상품들에 진저리가 나버린 걸지도 모른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아는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에서 하위에 있는 욕구보다 상위에 있는 다른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꺼이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마크고베의 <감성 디자인, 감성 브랜딩>이 감각적이었다면, 이 책은 입체적이었다. <감성 디자인, 감성 브랜딩>에서는 감성적인 자극을 통해 브랜드와의 인간적인관계의 형성에 대해 말했다. 이 책에서는 한 단계가 더 나아가 우리의 감각을 만족시키는 체험의 형성을중요시하고 있다. 우리가 브랜드와 만나는 모든 접점이 우리의 모든 감각이 공감각적으로 활동하는 순간을경험하는 체험의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 두 책을 읽고 나서 한 개인 개인에게 미칠 수 있는 마케팅의영향력은 엄청나다는 것에 새삼 느꼈다.

개인 개인에게 제3의 공간은 독자가 스스로 의미의 틈을메우도록 유도하는 열린 결말이 있는 드라마와 유사하다고생각한다. 3의 공간은 체험을 할 때마다 다르게 받아 들여질수 있기 때문이다. 체험의 장을 마련해 둔다는 것은 각기 다른 사람마다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기 다른 자극을 받고, 각기 다른 체험을 통한 관계를형성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제3의 공간은 선택적이다.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 체험을 하는 데 이 6하 원칙은 우리의 선택적이기 때문에 능동적인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것 같다.

내가 뉴욕으로 여행을 갔을 때, 플래그십 스토어를 투어(?)하면서 많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접할 수 있었다. 뉴욕이 관광지가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뉴욕에 많은 플래그십 스토어가없었더라면,빼어난 자연 경관도 유명 유적지도 없는 뉴욕에서 볼만한 관광지라고는 뉴욕의 야경과 현란한광고판들뿐이라 생각한다.많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기저기 드나들면서 브랜드를 접하고, 브랜드와 능동적으로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관광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브랜드샵을 관광지처럼 접하고 나서 하나씩 기념품을 사고 나오는 것은 브랜드 입장에서 보면 그리 손해도 아닌 것 같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 많은 브랜드 샵들은 체험의 장을 제공하기는커녕 안 사고 그냥 나가면 눈치를 주곤 한다. 브랜드와의 접점에서 눈치를 보며 작아지는 고객이 되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인데도 말이다.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으로만 현혹시키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무리 감성적인 자극으로 브랜드를 접하게 하더라도, 내 집 같은기분이 들게 하는 제3의 공간처럼 편안하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며칠 전, 삼성경제연구원에서 구매욕을 불러일으키는 매장전략이라는 경영노트를 발표했다. 고객의 무의식과 행동습관을 추적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매장 입구부터 화장실과 주차장까지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전략들을 제시했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자료를 봤을 때, ‘부족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현재 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기본적인 것들이라고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입구 디자인에 주력하여 고객의 관심 유도하기,고객의 쇼핑목적에 따른 매장 배치, 휴게 공간 제공, 직원들의교육 등 일차원적인 매장 전략이 아닌지 아쉬웠다. 3의입장에서 브랜드샵을 하나의 공간으로 바라본다면,고객과 진정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렇게 마케터가 제3자의 입장이 되어서 고객의 새로운 경험을 설계하는일은 물론 고되지만, 어찌 보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그 가능성은 매력적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