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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민영훈의 광고기획서'를 읽고

한식홀릭 2013. 1. 21. 16:30

<기획자의 요령?>

- 민영훈의 광고기획서를 읽고

9주차

콜롬부스 6기 이은혜

광고를 공부하면서 많은 광고 기획서를 보았다.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팀 과제를 하면서 더 깨닫게 되었다. 우리 팀이 타겟에게 호소할 수 있는 편익은 한정되어 있었고, 이 편익은 큰 변별력이 없기 때문에 가능성에 대해 믿어달라고 호소해야만 했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광고는 광고를 제작하기도 전에 판매를 한다. 이는 곧 광고의 성공 가능성과 기획자의 신뢰를 판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획자들이 실질적으로 초점을 두고 고려해야 할 궁극적인 타겟보다는 1차 타겟인 광고주에 더 초점을 두고 기획서를 쓰지 않았을까 우려가 되었다. 이 때문에 가능성과 신뢰를 믿고 구매했던 광고가 실패를 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생각이 든다. (물론,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광고주들의 무리한 요구사항으로 인해 많은 제약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기획서에서 주어진 과제 외에 ‘+알파까지 제시하는 것마저도 1차 타겟인 광고주에 더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광고주가 제시한 과제에서 광고주가 미처 깨닫지 못한 문제를 발견했다면, 3자의 입장으로 광고주가 이를 깨닫게 하고, 궁극적인 타겟을 대상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인데, 1차 타겟인 광고주에게 신뢰를 인정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광고 대행사 역시 이윤 창출을 목적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이 이러한 문제를 야기된 것일지도 모른다.이러한 구조가 더 전문적이고, 효율적이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보면 이윤 창출에 급급하여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기대했던 광고에 대해 괴리감을 느꼈던 것도 이와 같은 이유였다. 한 광고가 만들어지기까지 수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빛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하나의 광고에 드러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그 노고가 퇴색될 정도로, 광고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비싼 모델이 주인공이 되는 광고,너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수다쟁이 광고 등 마케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 정작 궁극적인 타겟에게는 소음이 돼버린 것이다. 나는 소음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에 대항하여 현재는 인터랙티브한 광고의 시대로 점점 변화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광고는 여전히 소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봤던 광고의 화려한 세계가 그들은 화려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현실적인 문제를 부딪히면서 그들에 대한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안겨 준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광고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문제이다. 광고 회사의 1차 타겟인 마케터의 1차 타겟인 조직 내 총 책임자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데 급급한 것이 현실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현실이다. 장기적인 관점과 거시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이들이 화려한 포장지만 보고, 감동시킬 선물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그것이 누구를 위한 선물인지를 종종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실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를 단순화하고,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이 책에서도 이러한 아쉬움이 느낄 수 있었다. 광고 업계에서 권위가 있는 기획자 중 한 사람인 저자가 전략의 기본은 정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정석적인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고, 기본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석으로 정해진 틀을 만들 필요는 없다. 이는 저자가 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이론을 기반으로 성공하는 브랜드 퍼스널리티의 요소를 5개로 한정한 것(225p)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자료, 이론이 많아서 하나에 집중하라(232p)는 것은 복잡계 세상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현실을 단순화시키고 있지만, 일은 전혀 간소화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서 작업을 돕는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정부에서 요구하는 문서를 작성을 한 적이 있었다.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많은 시간과 끈기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업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작업이기 보다는 단순히 문서화하고, 하나의 과정을 위한 형식적인 작업에 불과했다. 이렇게 불필요한 문서 작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일의 취지와 거리가 멀었고, 심지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요인이 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년 동안 이러한 작업은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었다. 정부 입장에서 효율적인 승인 과정을 위해 정작 중요한 것을 간과하여 목표 달성을 하는 데 무리가 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각자의 일에만 몰두하여 함께 달성해야 할 목표는 간과하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때문에 개선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 생각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면 어느 특정인의 책임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야 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이라고 판단한다.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plan을 짜는 기획자들은 이렇게 복잡한 세상을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여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토대로 요령이 생겼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기획자가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현실에 부딪히곤 하는데그 동안 터득한 이 요령이 현실에 타협하는 것이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능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현실에 무조건적인 수긍보다는 중재하고,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싶다.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이 사회에서 내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는 생각 있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 나는 광고를 전공한 학생이기 전에, 한 소비자로서, 그리고 마케터를 꿈꾸는 미래의 마케터로서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현실에 타협하기 보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해야겠다. 광고와 마케팅를 배우면서 느꼈던 것,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던 것을 잊지 말고, 이 다짐을 잊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