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유레카

[책 리뷰]마틴 린드스톰의 ‘오감브랜딩’을 읽고

한식홀릭 2013. 1. 21. 16:45

<살아 숨 쉬는 브랜드는 오감을 지닌다>

- 마틴 린드스톰의 오감브랜딩을 읽고

15주차

콜롬부스 6기 이은혜

 

직진만 하는 지루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달리는 차안에서 어떤 노래도 듣고 있지 않는다면, 심심하고 무미건조할 따름이었다. 달리는 차 소리와 차 안에서의 대화 몇 마디뿐이다. 앞 좌석에 앉은부모님이 내가 흥미 없는 주제의 대화를 나누고 계시다면, 나는 MP3에의존해야만 되는 이 상황에서 갑자기 신기한 멜로디를 들었다. 이 멜로디는 내 MP3에서 나는 것도 아니며, 차 안에서 나는 것이 아닌 도로에서나는 것이었다. 달리는 차가 만든 멜로디였다.깜짝 놀라이 멜로디를 들었냐고 여쭤보았더니, 도로에 홈을 파서 주행하는 자동차의 바퀴의 마찰로 멜로디가 만들어진다는것이다. 달리는 차의 소음을 하나의 연주로 승화시킨 정말 신기하고도 기발한 멜로디였다. 이 멜로디 도로는 일정구간을 일정속도로 달려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속도를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단순히 제한 속도를 표시하는 표지판보다는 이 멜로디 도로가 더 속도를 제한하는 데 더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이든다.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재미있고 감각적인요소를 너무 방치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러한 멜로디 도로가 있는 구간이 5곳이 있는데, 멜로디 도로 시작점이라는 팻말로 멜로디 도로가 시작하고, 도로 표면에는 음표들이 그려 있어 여기는 평범한 도로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지역과 관련 있는 명곡을채용함으로써 관광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주행 속도를 제한하는 데에 시각화한 표지판, 움직이는 계기판의 바늘이 아니라 멜로디 도로라니 재미있는 발상이다.

이렇게 시각에 중점을 두었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는 것은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메시지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때, 이 책의 저자는 2차원적인 브랜딩에서 5차원인 브랜딩으로 전환하라면서 오감 브랜딩을 제시한다. 브랜드는 눈에 보이는 상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무형의 모든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브랜드를 최대한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브랜드와 관계를 맺고, 결속력을 단단히 하는 방법으로 오감을 자극하라고 한다.

감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결속력을 만드는 지 경험한 바가 있다. 어릴때 나는 한 이불에 엄청난 집착을 했었다고 한다. 이 이불 없이는 잠을 자지 못해서 할머니 댁에 가더라도엄마는 이 이불을 챙겨 가야만 했다고 하셨다. 내가 이 이불을 좋아했던 것은 아마도 그 이불 고유의향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향긋한 향은 아니고 그냥 그 이불만이 지닌 포근한 향이었다. 커서도 이불에 구멍이 났는데도 그 이불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난 그 이불이 너무 좋았다.결국 성인이 되어서 버리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향을 잊을 수는없다. 다른 어떤 이불에서도 이 이불의 향을 찾을 수 없다. 이향이 나는 이불이 있다면 나는 꼭 살 것 같다. 이 세상에 이 향이 나는 이불이 또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감각을 자극하는 것은, 더 나아가 OOO만의 감각을 자극하는 것은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브랜드를 모두 해체하라고 했던 것도 이 감각들도 브랜드의 일부로 여겨 하나의 일관되고 차별화된 브랜딩의 과정으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브랜드를 단순히 느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가치를 교환하면서 결속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책에서는 애플과 할리데이비슨의 예를 들면서 브랜드를 종교의 단계까지 승화시키라고 말하고 있다. 오죽하면저자가 브랜드를 종교라고 비유할 만큼 브랜드와 고객의 결속력은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나이아가라 폭포근처 할리데이비슨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서 소외감을 느꼈던 것이 생각난다. 호기심에 들어가보았다. 티셔츠뿐 아니라 모든 제품에 할리데이비슨의 로고가 새겨있고, 할리데이비슨의자유를 표방하는 이들이 쇼핑하고 있는 그 곳에서 네가 여기 왜 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았던 점원의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나미아비타불 관세음보살을읊조리며 예배하고 있는 교회에 들어간 사람이라는 듯이. 그들에게는 할리데이비슨이 나처럼 평범한 이와는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할리데이비슨이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믿고있을 것이다.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엔진 소리, 할리데이비슨을상징하는 가죽재킷의 가죽 냄새, 자유를 표방하는 그들의 스타일 등 할리데이비슨만의 오감이 그들을 신자처럼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 오감 브랜딩은 USP와 같이 기업 중심적인 제안이 아니라 브랜드의소유권을 소비자에 주며, 브랜드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총체적인 판매제안이라고 한다. 오감 브랜딩을 시도하고 있는 폴로지만, 실제로 폴로 매장 마다 같은향이 나는 것을 느끼고는 나는 이 향기 싫더라.’라고 말씀하시는어머니도 계신다. 하지만 나는 폴로만의 향이고, 모든 폴로매장에서 나는 향이라는 것을 아셨다는 것에 박수를 치고 싶다. 어머니는 브랜드의 소유권을 지니신 것이며,브랜드와 공유를 했다는 것이니까. 폴로 매장을 갔을 때, 이제 더 이상 폴로 매장에서 이 향이 나지 않는다면, 어머니는 이렇게생각하실지도 모른다. ‘그 향은 어디로 갔지? 이제 그 향나지 않잖아?’라고 허전해 하실지도 모른다.  

우리는 멋진 장관을 보거나 맛있는 음식을 맛 볼 때, 심지어는 아픔을 느낄 때,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한다. 감각중 하나라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하다고들 한다. 영화 <통증>에서 권상우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병으로 얼마나 처량한 삶을 살았던가.마크 고베의 <감성 디자인, 감성 브랜드>에서 브랜드를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다가가는 인간적인 연결이라고 했다. 살아있는브랜드가 되려면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좀 더살아있음을 일깨워 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브랜드를 볼 수 있고, 맛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향을 맡을 수 있으며, 만질 수 있다면, 우리는좀 더 생생하게 브랜드와 함께 호흡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