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유레카

[책 리뷰]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를 읽고

한식홀릭 2013. 1. 21. 16:23

<나는 이상주의자인가?>

- 나오미 클라인의 No Logo를 읽고

5주차

콜롬부스 6기 이은혜


  공대 출신의 남자친구는 마케팅 분야 쪽 사람들이 다소 이상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쩌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케팅이라는 툴을 통해 가치를 교환하여 윈윈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시킬 수 있다고 믿어 왔다. 또한 마케팅을 통해 세상을 좀 더 밝고, 바람직하게 만들고자 꿈꾸는 사람 중에 하나다. 물론, 기업의 목적이 이윤 창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윈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굳게 믿어왔다. 그러나 현실은 기업 브랜드라는 이름 하에 소비자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 들었고 그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 엄청난 영향은 값 비싼 노스페이스 잠바를 교복처럼 입듯 유행이 되어버린 학생들에게 친구의 잠바를 훔치고, 잠바를 사기 위해 돈을 빼앗기까지 하는 사회적 이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노스페이스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로 강해진 노스페이스의 브랜드 파워를 보며 뿌듯해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마케팅이 강력한 브랜드가 되도록 기여를 하는 것일까? 내가 하고 싶다던 마케팅은 분명 가치를 교환하는 것이었다. 노스페이스의 경우에 분명 가치 교환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노스페이스 잠바를 입는 학생들에게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 주며,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노스페이스는 이윤을 획득하니 가치 교환이 명확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가고자 했던 마케팅은 내가 생각했던 가치와 많이 다르다는 것이고, 이는 나에게 괴리감으로 다가 온다.

 어쩌면 광고라는 전공 선택도 부끄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광고는 가장 상업적인 도구로 묘사되고 있다. 현재의 광고는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상품을 판매하여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목적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목적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이미 광고에 대해 신뢰를 잃었고, 이를 귀찮은 소음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렇게 내가 배우고 있는 광고가 과연 사회에 어떻게 기여를 하는 것인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던 것은 이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종종 사람들은 상품의 단점은 피하고 장점을 부각시키고, 능숙한 말 솜씨로 클라이언트를 설득시켜 포장만 잘하면 된다고 말을 하곤 하는 데, 나는 포장한다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상품을 포장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자신의 단점을 숨기고 남이 받아들이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조작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광고를 기획하거나 제작하는 이들 가운데광고를 선전이라 말하는 것은 끔찍이도 싫어하면서 포장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광고가 가장 상업적인 도구로 묘사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이러한 광고를 선택한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광고라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내가 꿈꾸는 이상에 접근하는 멋진 분도 보았다. 대한민국 광고인으로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이제석 대표님이다. 그가 하는 대부분의 광고는 공익성을 띄고 있다. 그에게 광고는 상업적인 도구이기 보다는 사회적 이슈를 광고라는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약자를 위해 정의로운 광고를 만들어 세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기여를 하고 있다. 이는 광고가 상업적인 도구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제석 대표님처럼 마케터들이 변한다면 세상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이것도 현실을 모르는 이상적인 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든다. 사업을 하고 계신 아버지만 봐도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자 하신다. 아버지가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의도는 당연하고 이해는 되지만, 피고용자 입장에서 보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No jobs’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아버지의 사업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딸인 나에게 이러한 문제는 모순이기에 혼란스럽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많은 것들을 기업들에게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러한 생각 마저 들기도 했다. 이 책에 자본주의를 부수고 사회주의를 도입하지 않는 한 다른 세상은 불가능하다!”라는 문구도 있었다.나는 이 문구가 왠지 모르게 공감이 되었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을 많이 지닌 기업이 소위 말하는 이고, 그 기업이 채용해 주기를 바라고, 기업이 생산한 상품을 소비하기를 바라는 우리는 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조금 포기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데 더 많이 자원을 소모하는 것보다 사회주의가 더 어울리는 듯하다. 하지만 기업들이 그 자리에서 현존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망각하지 않고 결국 우리가 그들에게는 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망각한 기업은 결국에는 아무리 강력한 브랜드를 지니고 관리했다 한들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다.

 이를 위해 소비자와 마케터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맹목적으로 브랜드를 쫓기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나는 단지 합리적인 소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브랜드 값을 매기고 값싼 노동력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들을 접하고, 가격을 비교하면서 쇼핑을 했던 내가 과연 옳았던 것인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어떠한 가치를 선택할 것인지 가치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케터는 물질적인 가치의 교환뿐 아니라 윈윈이 될 수 있는 윤리적인 가치를 지향하고, 무조건적인 성과는 지양해야 한다. 또한 이를 기업이 지원할 수 있도록 기업의 사고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기업이 바뀌어야 할 태도나 행동을 적으려 보자니 이 역시 정말 말도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나는 이상주의자일지도 모른다. 이 사실이 너무나도 슬프다. 그렇지만 시장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교환이 이루어지는 곳이므로 현실 속에 있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이상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상 생각할  있는 범위 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모두가 추구할 수 있는 방향이지, 절대로 이상은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다. 조금씩 이상에 다가가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 딛는 자세가, 그리고 최대한의 노력이 만드는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